13대손 이 준 수 입니다.
전에 한문본으로 보내드렸는데, 해석본을 추가로 보내드립니다.
선조님의 영월군수를 역임한 증거로 해석본을 합해 두본을 보내드렸습니다.
교지를 화일로 보내려하나, 귀원의 첨부화일 용량이 적어 보낼 수 없습니다.
우편이라도 보낼까 합니다.
수고하세요.
군수공 13대손 한산 이 준수 배상
면천군수공 묘갈명(沔川郡守公 墓碣銘)
가정 목은의 자손이 지방에 흩어져 사는데 그 중 보령(保寧)에 사는 자는 토정, 명곡 이후로 더욱 번창해서 세상에서 이름이 있다. 명곡의 휘는 산보(山甫)니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고 시호는 충간(忠簡)이다. 이 아드님 정언 휘 경탁(慶倬)이 사과(司果) 휘 준발(畯發)을 낳고, 사과는 용계처사(龍溪處士) 함평 이영원(咸平李榮元)의 따님에게 장가들었으나 아들이 없었다. 대(代)를 잇는 일의 막중(莫重)함을 깊이 생각해서 마음에 대강 지목(指目)하는 바가 있었는데 충간공이 별안간 꿈에 나타나서 고하기를 아무의 아들이 좋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승의랑(承議郞) 휘 업의 자제로 후사(後嗣)를 삼았으니 공이 실로 승의공의 둘째 아드님이다. 승의공이 사과공(司果公)과는 단문(袒免)의 친함이 있으니 그 조부 판서 휘 증(增)은 선묘조(宣廟朝)의 명신(名臣)이고, 고(考)는 군수 휘 경황(慶滉)이다. 승의공이 판관(判官) 송희건(宋希建)의 따님에게 장가들었으니 쌍청당(雙淸堂) 휘 유(愉)의 六대손이다.
공이 충간공의 계통을 이어 받아서 부모 섬기기를 성의를 다했다. 일찍 김문경공(金文敬公)의 문하에 놀아서 가례(家禮), 논어(論語) 등 책을 배웠으니 문경공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나이 三십에 효종 원년 경인년 진사과(進士科)에 합격되어 태학(太學)에 놀았으니 사우(士友)가 추대하고 존중했다. 현종 정미년에 무사(筮仕)하여 빙고별제(氷庫別提)가 되고, 장악원 직장(掌樂院直長)으로 옮겼다가 주부(主簿)에 올랐다. 무릇 三년에 걸쳐 본원(本院 : 掌樂院)을 떠나지 않았으니 정상공 치화(鄭相公 致和)가 제조(提調)가 되어 매우 신임하였다. 공이 종묘(宗廟)의 악장(樂章)이 갖추어지지 않음을 가지고『청묘(淸廟)의 송(頌)은 문왕(文王)의 지극한 덕을 형용하여서 선(善), 미(美)를 다하였다. 그렇지만 무왕(武王)의 제사에 쓰지 못하고 무왕의 무(武)는 성왕(成王)의 제사에 쓰지 못한다.』하여 소(疎)를 올려서 임금 마다 각각 시(詩)를 만들어서 악장을 아뢰기를 청하려 했지만 대신(大臣)이 어렵게 여겼기 때문에 올려지지 않았으니 동춘 송공 준길(同春 宋公 浚吉)이 가장 한스럽게 여겼다. 공조(工曹)의 좌랑(佐郞), 정랑(正郞)을 거쳐 영월(寧越)의 원이 되어 나갔다. 이때에 조정(朝廷)에서 수령(守令)의 인선(人選)을 중히 여겼는데 정상공(鄭相公)이 공을 천거하기를 벼슬자리에 있으면 직책을 다하고 충실(忠實)을 그 마음가짐으로 한다고 하였다. 임지(任地)에 이르자 산골 백성을 어루만져 사랑하여 은혜를 먼저하고 위엄을 자중하며 한결같이 일을 간략하게 하고 염결(廉潔)로 봉공(奉公)했으니 아전과 백성이 그 청덕(淸德)과 인정(仁政)에 복종하였다. 얼마 아니되어 검전(檢田)이 충실치 못함을 가지고 차관(差官)이 논계(論啓)하여 파직 당하는 바 되었다. 공을 백성이 서로 이끌어서 호소하기를『사또는 우리들을 어린애처럼 어루만져 사랑하셨다. 왜 우리의 자모(慈母)를 빼앗아가는가!』하고 말을 가로막아서 갈 수 없게 했으니 차관이 백성을 속여서 말하고 말을 달려서 가버렸다. 이때 윤휴(尹鑴), 허적(許積) 등이 나라 일을 맡아서 세상이 날로 변하니 공이 세상일에 뜻이 없어 계산(溪山)의 경치 좋은 곳에다 집을 세우고 산수(山水) 사이에 소요(逍遙)하기도 하고 낚시질로 소일(消日)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산골 백성 촌 늙은이로 더불어 자리를 함께 하기도 하였다. 금상(今上) 경신년에 정치가 새로워지자 공을 면천군수에 임명했으나 원 노릇 하기를 싫어하여 사양하고 가지 않았다. 을축년 유월 二十六일에 六十五세를 일기로 졸하였으니 그해 十월에 광주군치(廣州郡治)의 동쪽 서은리(鋤隱里) 뒷산에 장사지냈다. 뒤에 대흥(大興)의 동해동(東海洞) 경향(庚向)의 언덕으로 무덤을 옮겼다.
공의 휘는 상우(商雨)이고 자는 패연(沛然)이다. 어버이 섬김을 효도로 했으며 이 같은 도리(道理)를 형제에까지 확대시켜서 극히 화락(和樂)하였다. 집에 서모(庶母) 두 분이 있고 또 그 소생이 많았지만 우애(友愛)를 극진히 해서 집안에 이간(離間)하는 말이 없었으니 사람들이 어려운 일로 여겼다. 타고난 자질(資質)이 중후(重厚)하고 지려(智慮)가 심원(深遠)했으니 남의 허물을 보면 이를 덮어 주기에 힘쓰고 해치거나 이기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싹트지 않았다. 선업(先業)이 본디 넉넉했지만 이를 경리(經理)해서 축적(蓄積)하려 하지 않고 친척의 빈곤한 자를 구제하고 죽는 이 있으면 장례(葬禮)를 치러 주었으니 사람들이 공을 친애하여서 공경하여 따르지 않는 이 없었다. 늘 생각하기를 절의(節義)가 쇠퇴(衰退)하고 풍속이 무너지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고 망한다고 하였다. 영월에 있을 때에는 노산군(魯山君)의 묘소(墓所)를 높여서 수호(守護)하였다. 무덤 앞에 육신(六臣)의 사당집을 세우고 날을 가려서 제사 지내려다가 흉도(凶徒)에게 저지(沮止) 당하는 바 되었는데, 그 뒤 홍공 만종(洪公 萬鐘) 조후이한(趙候爾翰)이 감사가 되고 군수가 되어 가서 공의 뜻을 이어받아 일을 이루고 고을의 아전 엄흥도(嚴興道)를 배향(配享)하였다. 이것이 비록 작은 일이지만 세도(世道)에 관계되는 바가 실로 컸다.
부인 한씨(韓氏)는 목사(牧使)를 지낸 수원(壽遠)의 따님이고 정승을 지낸 충정공(忠靖公) 응인(應寅)의 증손이니 총명하고 인자하고 효성이 있어서 남의 아내되고 어미됨이 모두 스승으로 삼아서 본받을만하였다. 일찍이 공을 그 임소(任所)로 따라가서 공봉(供奉)이 갖추어짐을 보고 눈시울이 확끈해 지며, 부모와 구고(舅姑)를 생각하여 말하기를『지난날에는 늘 생활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여유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 미치랴.』하였다. 제사에는 극히 풍성하고 정결하게 했으니, 필요한 물건들을 반드시 따로 모아 두어서 때가 되기를 기다리고 때가 되면 비록 계집종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재계하게 하였다. 남의 시비(是非) 훼예(毁譽)를 보게 되면 말이 없어서 듣지 못한 것처럼 했지만 마음속에서 분별하는 것은 매우 명확해서 일찍이 여러 아들을 경계하여 말하기를『그와 같이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이러이러하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늘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잤으며, 일찍이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지 아니해서 평생이 하루 같았으니 옛날 여사(女師)의 몸가짐이고 법도인 것이다. 공의 배위(配位)되기 거의 五十년에 공보다도 한 해 먼저 몰(沒)했으므로 향년(享年)이 六十二세이다. 공의 무덤에 부장(祔葬)하였다. 맏아들 정(鼎)은 봉사(奉事)를 지냈으며 아들 병천(秉天)이 있고, 딸 셋은 모두 어리다. 둘째 아들 속(涑)은 아들 병연(秉淵), 병성(秉成)을 두고, 딸 하나는 어리다. 내공으로 더불어 서로 선조(先祖)의 미생(彌甥)이 된다. 이제 속이 거듭 찾아와서 묘비명(墓碑銘)을 청했다. 그 행장은 곧 한영인(韓令人)의 아우 지평(持平) 성우(聖佑)가 지은 것이니 질박(質朴)하여서 실지에서 넘치지 아니하였다. 명(銘)에
한산이씨는 여러 번 공경(公卿)을 지내어 가지가 나뉘고 파가 갈려 보령에 와서 살았네. 토정과 명곡이 아름다운 공렬(功烈)을 이루고, 공이 그 서업(緖業)을 계승했으니 행실이 도탑고 문장이 뛰어나 벼슬이 높지 못했지만 빛나는 가성(家聲) 욕되지 않았네. 아름다운 규범(閨範) 있으니 대가(大家)의 원류(源流) 사덕(四德)을 갖추어 비록 옛 사람인들 능히 짝하리. 내 명(銘)을 지어서 그 높은 행적(行蹟)을 밝히노라.
문정공 송시열 지음
